도시에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산처럼 쌓여 이미 산을 이룬 지 오래다. 지구는 쓰레기 처리장소로 버려지고 다른 행성이 제2의 주거지로 선택된다. 미래를 디스토피아로 그린 넷플릭스 SF영화 <승리호, Space sweepers>는 망가져 버린 2029년 지구의 전경을 비춘다. 영화의 주인공인 조종사 태호(송중기), 선장 장선장(김태리), 기관장 타이거 박(진선규), 인공지능 로봇 업둥이(유해진) 등은 우주 쓰레기 수거꾼이다.
영화의 주요 소재가 된 플라스틱은 발명 이래 100여 년간 인류에게 무수한 편리함과 화려함을 제공했다. 1회용 봉투부터 페트병, IT기기, 패션소품까지 다양한 곳에 사용된다. 아이러니하게도 플라스틱은 20세기 인류가 급속한 발전의 역사를 거치고 난 이후 현재 우리가 겪는 가장 곤란한 문제가 됐다. 사용 기간은 최소 몇 초에서 최대 몇 년이지만 분해되는 데는 450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한국은 분리수거 제도 도입 전까지 커다란 비닐봉지에 모든 쓰레기를 담아서 버렸다. 1983년 서울에서 첫 3종(종이·유리·깡통) 분리수거가 시행되고 1995년 전국으로 쓰레기종량제가 확대되면서 플라스틱은 생활쓰레기에서 제외되어 재활용품으로 분류됐다. 이후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을 통해 재활용을 유도하고 있지만, 방치나 불법 투기 등으로 유출되는 양도 상당하다.
제대로 폐기되지 않은 플라스틱 쓰레기는 도시에서 강을 거쳐 바다까지 도달한다. 전 세계 바다로 유출되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연간 약 800만 톤에 이른다. 바다 생물이 먹이와 잘못 구분하여 플라스틱 쓰레기를 오음하면 어획량이 줄어들거나 생태계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
문제는 자연환경에 노출되어 열화된 작은 플라스틱 조각들이다. 0.1μ 이상 5㎜ 이하 크기의 조각은 ‘미세 플라스틱’, 0.1μ보다 작으면 ‘나노 플라스틱’이라 부른다. 이것은 먹이사슬계를 거쳐, 다시 우리 식탁에 오른다. 최근 미세 플라스틱이 남성의 고환에서 발견돼 충격을 줬다. 나노 플라스틱은 세포 장벽을 통과해서 뇌와 위장 등의 장기와 혈액에서도 검출된다.
2019년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1년에 최대 5만2,000개의 미세 플라스틱 입자를 섭취한다. 플라스틱으로 코팅된 종이컵에는 약 20개의 미세 플라스틱(나노 플라스틱 환산 시, 5조1,000억 개)이 나온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는 근본적인 방안은 생산의 원천봉쇄와 소비의 원천봉쇄뿐이다. 사실상 불가능한 방안이다. 생분해성 고분자(生分解性 高分子, Biodegradable polymer)는 플라스틱 문제의 잠재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생분해성 고분자는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을 완전하게 이용한 이후에 토양과 해양 등 적절한 자연환경 속에서 수개월 내에 물과 이산화탄소로 완전히 분해(가수분해)되는 친화적인 소재다.
이 기술은 1960년대에 첫 소개되었다가 1992년 국제회의에서 정의가 세워졌다. 1980년대 말 이후, 유럽에서 샴푸병이나 식품 포장, 1회용 식기 등의 사용되다가 최근엔 농업용 멀티필름, 쓰레기봉투, 위생용품, 의료용품 등에 이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특정 사용자의 요구 사항을 충족하는 맞춤형 생분해성 고분자도 나왔다. 예컨대 삼성SDI의 이차전지(배터리) 트레이는 맞춤형 생분해성 고분자로 만든다. 기계적 특성, 열 안정성 및 생분해성 등을 향상한 새로운 소재다. 전 세계가 ESG 경영 속도를 올리면서 소재의 성능, 기능성 및 생체 적합성을 갖춘 기술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모양새다.
생분해성 고분자 시장은 중요한 개척지로 부상하고 있다.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되면 이른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 다만 원가 경쟁력, 생산 확장성, 수명 종료 관리 등은 과제다. 생분해성 고분자는 기존 플라스틱 생산 대비 비용이 높고, 가공이나 성형에도 제약이 많아 심미성을 충족하기 어렵다. 또 완전 분해까지의 정밀한 시간 설정도 개선해야 한다.
시장조사기관 마켓리서치퓨처(Market Research Future)는 최근 보고서를 발표하고 생분해성 고분자 시장이 2030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7.47%로 성장해 58억 8,780만 달러(한화 약 8조 원) 규모로 커질 예정이라고 분석했다. SK리비오, LG화학, CJ제일제당, 엑시온그룹 등 기업들이 앞 다퉈 생분해성 고분자 개발에 투자하고 연구하는 이유다.
게임체인저, 생분해성 고분자, 에이빙, 2024년 10월 25일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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