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바다에는 171조 개의 작은 플라스틱 입자들이 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깊은 바다 밑바닥에 최대 1,100만t(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쌓여 있다는 분석도 있다. 육지에 버려진 다량의 플라스틱이 비, 바람, 빗물 배수관 등에 의해 바다로 흘러 들어간 결과다.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해 섭취한 해양 생물들이 피해를 입고, 원인 제공자인 인류에게 그 피해는 돌아온다.
환경에 해로운 기존 플라스틱을 대체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개발했다. 하지만 기존 개발된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물에 녹지 않기 때문에 바다 입장에서는 기존 플라스틱과 다를 바 없었다.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 연구진은 플라스틱만큼 단단하고 내구성이 좋으면서도 바닷물에 녹는 새로운 플라스틱을 개발했다. 연구 결과는 11월 21일 최고 권위의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실렸다.
바다거북이 플라스틱을 먹는 이유
바다로 들어간 플라스틱은 해양 생물의 생명을 위협한다.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RISO) 연구진은 2021년 해양 생물 80종의 사망 원인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연구를 국제학술지 ‘컨서베이션 레터스(Conservation Letters)’에 발표했다. 여러 사망 원인 중 가장 치명적인 것은 플라스틱 쓰레기였다. 날카로운 플라스틱은 동물 몸속으로 들어가 장기를 파손시키거나, 뒤엉키게 했다. 얇은 비닐이나 필름을 섭취한 고래는 몸속에서 이상 부력이 만들어져 수면에 떠 올랐고, 배에 치여 죽기도 했다.
해양 동물들이 플라스틱을 섭취하는 이유는 뭘까. 우선 형태가 먹이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바다거북은 해초류나 연체류를 먹고 산다. 밧줄은 해초류처럼 보이고, 파도에 흔들리는 비닐은 해파리 등 연체류처럼 보인다. 또, 플라스틱 파편 냄새가 먹이 냄새와 유사하다는 점도 있다. 바다에 들어간 플라스틱에는 미생물과 조류가 달라붙으며 바다거북의 먹이와 유사한 냄새를 풍긴다.
2020년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실린 연구에서는 어린 바다거북 15마리를 두고 실험을 진행했다. 바다거북들은 깨끗한 플라스틱에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바다에 담가 두었던 플라스틱 냄새를 맡고는 먹이 찾기 행동을 보였다.
바다에 녹는 플라스틱
플라스틱은 거대 분자인 중합체(폴리머)다. 다수의 단량체(모노머)가 안정적으로 결합하여 폴리머를 이룬다. 플라스틱의 분해성을 높이기 위해 초분자(supramolecular) 플라스틱을 개발하는 시도도 다수 진행됐다. 초분자 플라스틱은 가역적 상호작용으로 구조가 유지되는 중합체다. 즉, 중합체를 쉽게 원료인 단량체로 되돌릴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개발된 초분자 플라스틱은 고무처럼 부드러운 재료 형태뿐이었다. 기존 플라스틱의 완벽한 대체재가 될 수 없었다는 의미다.
타쿠조 아이다 일본 RIKEN 신생물질과학센터(Center for Emergent Matter Science) 단장 연구팀은 내구성이 우수한 새로운 초분자 플라스틱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식품 첨가물의 일종인 ‘헥사메탄인산나트륨’과 농업 용도로 널리 이용되는 저렴한 물질인 ‘구아니디늄’을 단량체로 활용했다. 두 물질 모두 박테리아에 의해 분해된다. 두 단량체를 수중에서 혼합하자 수소결합에 의해 접착하며 가교 구조체를 형성했다.
아이다 단장은 “결합이 가역적인 초분자 플라스틱은 일반적으로 약하고, 불안정하다고 여겨졌지만 우리 연구진이 합성한 새로운 소재는 그 반대의 특성을 보인다”며 “단량체 사이를 잇는 ‘다리’는 바닷물 등 염분에 노출되지 않는 한 끊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후 연구진은 다양한 유형의 구아니디늄 황산염을 활용해 딱딱하고 긁힘에 강한 플라스틱, 고무나 실리콘과 유사한 플라스틱, 하중 지지력이 우수한 플라스틱 등 다양한 경도나 인장 강도를 가진 플라스틱을 제조했다. 모든 유형에서 기존 플라스틱과 물성이 유사하거나 더 우수했다. 또한, 3D 프린팅을 통한 형태 제조가 가능하다는 것도 확인했다.
새로운 플라스틱은 재활용성과 생분해성이 우수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개발한 플라스틱을 소금물에 녹였을 때 헥사메타인산나트륨의 91%, 구아니디늄의 82%를 분말로 회수할 수 있었다. 또한 얇은 플라스틱 조각은 흙에서 10일이면 완전히 분해되어, 비료와 유사한 인과 질소를 공급했다.
아이다 단장은 “해양에 미세 플라스틱을 남기지 않는 것은 물론 소금물을 이용해 사용하고 남은 원료를 다시 회수에 재활용할 수 있다”며 “활용성이 높아 의료, 건강 등 분야에도 널리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바다거북아 안심해”…바닷물에 녹는 플라스틱 나왔다, ScienceTimes, 2024년 12월 11일 입력,
https://www.sciencetimes.co.kr/nscvrg/view/menu/253?searchCategory=225&nscvrgSn=259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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