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시대, 한국 플라스틱 산업의 시험대

전 세계가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산업 지형을 다시 그리고 있다. EU는 2030년까지 모든 포장재를 재활용·생분해 소재로 전환하도록 의무화했고, 미국과 일본도 바이오 기반 신소재를 차세대 전략 산업으로 육성 중이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전체 플라스틱의 98% 이상을 석유 기반에 의존하며, 1인당 폐기물 배출량도 OECD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소재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 ‘플라스틱’은 여전히 한국 산업의 가장 약한 고리다.

대기업들은 이 과제를 정면 돌파하기 위해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 LG화학은 바이오 기반, 재활용, 열분해유 중심의 그린 소재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며 2030년까지 친환경 소재 매출 8조 원을 목표로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CJ제일제당도 미생물 발효 기술을 활용한 PHA 생분해성 소재를 양산하며 글로벌 생활소재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처럼 대기업의 행보는 산업 전환의 방향성을 보여주지만,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와 긴 개발 주기 탓에 빠른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

이 틈을 공략하는 것은 스타트업의 민첩한 기술력이다. 그중에서도 소재기술 벤처 애드벤처(AddVenture)는 현장에서 출발한 혁신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회사는 병원 등에서 발생하는 비감염성 PVC 폐기물을 수거·정제해 다시 원료로 투입하는 ‘ECO-PVC’ 순환 기술을 개발, 기존 소재의 환경적 한계를 극복했다.

또 의료 멸균 포장재에 요구되는 내구성을 유지하면서도 사용 후 생분해되는 고분자 ‘EHP’를 자체 설계해 상용화를 앞당기고 있다. 연구–파일럿–산업 실증으로 이어지는 빠른 개발 사이클은 대기업과 차별화되는 강점이다.

친환경 플라스틱 시장이 2030년 20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소재를 선점한 기업이 곧 시장을 선점한다. 대기업의 투자와 함께, 애드벤처 같은 혁신 스타트업의 역할이 한국 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결정짓고 있다.

탄소중립 시대, 한국 플라스틱 산업의 시험대, 2025년 10월 21일 입력, 월간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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